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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에 서울) 오디의 계절, 양잠의 역사 속으로…성북선잠박물관

  • 2023년 11월 16일(목) 15:04:51
  • 전서령(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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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의 계절, 양잠의 역사 속으로…성북선잠박물관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3.06.09. 09:50

 

'잠업(蠶業)'을 위해 하늘에 '선잠제(先蠶祭)' 올리던 선잠단지(先蠶壇址)

초봄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벚나무, 쌀밥을 떠오르게 해 포만감이 느껴지는 5월의 이팝나무가 있다면 6월의 나무는 단연 뽕나무지 싶다. 요즘 도시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산책로 바닥이 물들 정도로 까만 열매가 무수히 떨어져 있는데 바로 뽕나무의 열매 오디다. 달디 달아 날짐승과 들짐승이 즐겨 찾는 먹거리가 되어주는데다, 여름철 기력보강에도 좋아 사람에게도 인기 먹거리다.

재밌는 이름의 뽕나무는 아주 옛날부터 인간에게 이로운 나무였다. 뽕나무에서 잎을 먹고사는 누에나방의 애벌레 누에를 통해 실을 뽑아 비단을 만들면서 의류와 실크로드까지 낳게 했다. 한자인 뽕나무 상(桑)자도 나무에 누에가 붙어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니 재밌다. 양잠(누에치기)의 오랜 역사는 서울의 동네 이름에도 남아있는데, 송파구 잠실(누에蠶 집室)은 조선시대 누에를 키워 실을 뽑았던 곳이었다.
조선시대 선잠제(先蠶祭)를 지냈던 성북구 성북동 선잠단지(先蠶壇址) ⓒ김종성
조선시대 선잠제(先蠶祭)를 지냈던 성북구 성북동 선잠단지(先蠶壇址) ⓒ김종성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까지 누에를 길러 옷감을 짜는 '잠업(蠶業)'은 농업과 함께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정기적으로 고위 관료들이 풍요로운 잠업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낼 정도였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선잠단지(先蠶壇址)가 그곳이다. 바로 옆에 성북선잠박물관도 있어 양잠(養蠶)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알려주고 있다.

선잠단지(사적 제83호)는 조선시대 종묘와 사직 다음으로 선농제(先農祭)와 더불어 국가에서 시행한 중요한 제사였던 '선잠제(先蠶祭)'를 시행했던 곳이다. 제단 뒤로 수령은 많지 않지만 20여 그루의 뽕나무가 자라고 있다. 선잠 의식은 뽕나무 잎이 피는 시기인 매년 음력 3월에 거행했다. 1474년(성종 5)에 편찬한 국가 의례집인 <국조오례서례>에는 ‘늦봄의 길한 뱀날(吉巳) 선잠(先蠶)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나온다. 성북구에서는 1993년부터 매년 선잠제를 재현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성북구에서 열리는 선잠제 재현 행사 ⓒ성북선잠박물관
성북구에서 열리는 선잠제 재현 행사 ⓒ성북선잠박물관
고려시대에는 개경에서 지냈다가 조선 초기(정종 2년)부터 선잠제를 지내게 된 이곳 선잠단지는 액운을 막아준다는 홍살문이 홀로 지키고 있는 채 터만 남아있다. 1908년 일제가 우리나라 중요 제사를 축소시키면서, 선잠단(先蠶壇)의 신위를 사직단으로 옮겼고 선잠제가 중단되면서 폐허가 되고 말았다. 대한제국 말까지 선잠단에 살았던 수령 약 400년 된 뽕나무도 사라지고 없다. 역사 여행을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 문화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친 일제의 악행을 실감하게 된다.  
1908년 일제의 철거로 터만 남은 선잠단지 ⓒ김종성
1908년 일제의 철거로 터만 남은 선잠단지 ⓒ김종성

 

선잠제와 더불어 왕비가 직접 뽕잎을 따는 친잠(親蠶) 의식도 열렸다니 흥미롭다. '친잠례(親蠶禮)'는 왕비가 손수 누에치기의 모범을 보여 양잠을 장려하기 위한 의식이다. 왕비의 친잠은 성종 8년(1477)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창덕궁 후원에서 왕비가 내외명부를 거느리고 뽕나무에서 잎을 따고 누에에게 먹이는 등의 의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친잠례는 '친잠의궤(親蠶儀軌)'라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성북선잠박물관의 자료를 통해 친잠례의 면모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궁궐에서 열렸던 왕비의 '친잠례(親蠶禮)' 행사 ⓒ성북선잠박물관
궁궐에서 열렸던 왕비의 '친잠례(親蠶禮)' 행사 ⓒ성북선잠박물관

잠업(蠶業)의 역사를 한눈에, '성북선잠박물관'

'성북선잠박물관'은 조선시대 중요한 국가의례였던 선잠제와 누에, 비단 관련 유물을 연구·보존·전시하는 박물관이다. 2018년 개관 이래 비단, 자수, 옛 의복 등 실의 미학을 전하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선잠단지와 연계하여 역사성과 상징성을 제고하고 자랑스러운 역사 문화를 계승,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전시와 함께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외관이 독특해 직원에게 물어보니,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만드는 비단의 질감을 형상화한 모습이라고 한다. 2022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 부분에서 우수상을 수상할 만했다.
양잠으로 만든 비단의 질감을 형상화한 성북선잠박물관 외관 ⓒ김종성
양잠으로 만든 비단의 질감을 형상화한 성북선잠박물관 외관 ⓒ김종성

 

박물관을 돌아보며 양잠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신라 왕실에서 누에치기를 권장한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잠을 모시는 제사를 지냈다. 특히 세종대왕은 누에를 키우는 일을 크게 장려하여 각 도마다 좋은 장소를 골라 뽕나무를 심도록 하였으며, 한 곳 이상의 잠실(蠶室) 을 지어 누에를 키우도록 하였다. 이후 중종 원년(1506)에 여러 도에 있는 잠실을 서울 근처로 모이도록 하였는데 지금의 잠실이 바로 옛 잠실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양잠(養蠶)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친잠의궤(親蠶儀軌)' ⓒ김종성
양잠(養蠶)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친잠의궤(親蠶儀軌)' ⓒ김종성

 

한 전시장 입구에 커다란 뽕나무 그림자가 그려져 있다. 현재 창덕궁에 사는 뽕나무로 천연기념물 제471호로 지정된 귀한 나무가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궁궐 안에도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키웠다고 한다. 어디선가 '사부작 사부작' 흙길을 걷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 중 하나가 누에가 뽕잎 갉아 먹는 소리란다.

세종 5년(1423) 누에치기를 담당하는 관리가 임금에게 올린 공문에 의하면 경복궁에 3,590그루, 창덕궁엔 천여 그루의 뽕나무가 나온다. 조선의 정식 궁궐인 경복궁은 물론 별궁으로 이용했던 창덕궁에 이르기까지 궁궐이 온통 뽕나무밭이었던 거다. 뽕나무에서 사는 누에나방의 애벌레 누에는 비단을 뽑는다 해서 영어로 'Silkworm'이라 불린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내는 실의 길이는 63빌딩을 3번 왕복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정도의 길이라니 놀랍다.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누에 쿠션 ⓒ김종성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누에 쿠션 ⓒ김종성

 

모형과 동영상으로 재현한 선잠례 의식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정1품 초헌관이 자리로 나오면 등가에서 음악(수안지악)을 연주하고 문무가 춤을 춘다. 초헌관이 술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 앉으면 대축이 축문을 읽기 시작한다. 축문이 끝나면 초헌관은 자리로 돌아온다. 이후 문무가 물러가고 무무가 나와 춤을 추며 헌가에서 음악을 연주한다. 선잠제는 엄숙한 의례 속에 악(樂), 가(歌), 무(舞) 그리고 음식이 어우러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악(樂), 가(歌), 무(舞), 음식이 어우러진 선잠례(先蠶禮) 의식 ⓒ김종성
악(樂), 가(歌), 무(舞), 음식이 어우러진 선잠례(先蠶禮) 의식 ⓒ김종성

 

뉴스: 내 손안에 서울 23. 06. 09.

출처: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8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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